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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 서울실천의 특수요사이신 이종필 선생님의 제안으로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이해 공감 컨텐츠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저보다 백배는 훌륭하신 여러 통합학급 교사와 특수 교사 그리고 특수교육 교수님들과 주를 이루어 작년 일년 내내 작업한 결과가 지난 주에 올라왔습니다. 2. 그동안의 장애이해교육에 대해 개인적으로 답답하다고 느낀 지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나와 다른 점에 주의를 기울이게 할수록 다가가기에 앞서 조심해야 할 것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만나고 어울리며 서로 다른 점을 하나씩 배워
1. 좋은 대학, 좋은 집, 좋은 직장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인생의 성패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집을 얻는 데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인생의 승부는 나이 오십부터라고, 삶의 성패는 죽는 그 순간에 있다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느냐로 결정된다고 배웠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신심에서. 2. 어렵사리 이사 간 언덕배기 빌라 꼭대기 층에 살던 어느 날. 눈이 억수로 쏟아지던 한 겨울 방학 어느 날 아침. 1층에 사시는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빌라 입구 야트막한 언덕에 쌓
- 여보세요? - 저 ★★이 아빠입니다. 선생님. - 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시죠..? - 혹시 보내드린 문자 받으셨나요? - 어떤 문자 말씀이신지. 제가 오늘 바빠서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만. - 우리 ★★이랑 같은 반에 넣으면 안되는 애들 명단을 적어서 보내드렸는데요. - 네? 아..그러셨군요. 근데 그건 어렵습니다. - 왜죠? - 학교에는 반 배치 기준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가 나쁘다고 전부 떼어 놓는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거든요. - 애가 걔네들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하는데도요? - 어른도 부부나 친구끼리 싸우고 화해하
1. 넌 너무 무거워. 오래 전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내게 했던 말. 나는 너무 무겁단 말. 그 말이 무겁게 내 심장 한 구석에 내려 앉았다. 말 한다디 내뱉는게 두렵고, 행동 하나 옮기는게 무서웠다. 잘 하고 있나, 잘 해왔나, 잘 할수 있을까. 2. 아버지가 집에 오지 못하고 계신다. 교대로 경비 근무를 서는 분이 코로나에 걸리셨고 아버지는 교대 없이 요양병원에서 경비일을 하고 계신다. 몰랐다. 안부 인사 드리러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나서야 작년과 올해를 따로 보내고 계시다는걸 알게 되었다. 3. 신경 쓰지 마라, 괜찮다
리더와 집단에 대하여 1. 학교도 사회도 리더가 마이크를 쥔다. 많은 이들이 리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리더가 던지는 말의 영역에서 생각한다. 교육부 장관이 입시를 말하면 사람들은 입시만 생각하고, 발달을 말하면 발달을 생각한다. 입시는 결과에 가깝고 발달은 과정에 가깝지만 누구도 과정은 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과정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2. 수능 만점자는 눈에 보여도 자신이 먹은 과자 봉지를 길 가에 버리는 사람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의 성과는 수능만점자에 있는가? 자신이 먹는 과자 봉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저 자신과 한 가지 약속을 했었습니다. 하루 한줄이상 글을 쓰자는 약속을요. 아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기 전에 나부터 써야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쓰다보니 나중에는 별로 쓸 말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 글쓰기 재능은 없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날마다 읽는 책의 인상 깊은 구절을 옮겨적고 대화하듯 제 생각을 덧붙여갔습니다. 타인의 삶이 담긴 글에 제 생각을 글로 비추어 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고 조금씩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제 마음의 그릇이 커지다보니
[가르치고 기르는 일의 고단함에 대하여] 1. 가르칠 교. 기를 육. 두글자를 합쳐서 우리는 교육이라고 부른다. 집안에 있는 갖가지 사물에 관심을 갖고 탐색하는 아이의 호기심 어린 모든 행동을 위험한 행동이라 단정짓고 비난하며 아이는 탐구의 출발이 되는 탐색 행동을 거둔다. 2. 밤새도록 잠들지 않는 부모 옆에서 부모가 아닌 화면 속 타인의 말과 행동을 관찰한다. 블루라이트, 어둠 속 발광 다이오드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의 각막은 건조해지고 수면의 질은 나빠진 채 수업에 임한다. 3. 사람이 아닌 매체와의 상호작용은 타인의 생각과 감
- 여보세요? - **이 담임 선생님이신가요? - 네. 제가 **이 담임입니다. 누구시죠? - 저 &&이 아빠되는 사람입니다. - 네. &&이 아버님이시군요. 혹시 단톡방 때문에 전화 주신건가요? - 네. 선생님도 알고 계신군요. - 네, 알고 있습니다. **이가 &&이에게 욕을 심하게 했더라고요. - 아니 애들 다 있는 단톡방에서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제 아이가 그렇게 심한 말을 들을만큼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 어떤 잘못을 해도 욕을 해서는 안되죠, 절대로 폭력은 안된다고 저도 가르치
- (수학책을 바닥에 던지며) 에이, **안 해!!! - ** 이는 잠깐 기다려. - 네. - 후련해? - 아뇨. - 왜 화가 났어? -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다시 풀라고 하셨잖아요. - 정말 네가 못 푸는 문제였을까? - 네! - 책 가져와 볼래? - 여기요. - 이 문제 왜 틀렸는지 기억나? - 지름을 구해서 풀어야 하는데 반지름으로 구했어요. - 문제가 어려운거야? 마음이 급한거야? - .... - 이 문제도 한번 풀어볼래? - 정육각형의 넓이를 이용하여 원의 넓이를 어림하려고 합니다. - 무엇을 이용하여? - 정육
1. 익명. 이름을 숨기는 행위를 말한다. 포털 사이트 연예나 스포츠 뉴스 관련 댓글창이 사라진 이유가 있다. 이름을 숨기고 남을 험담하는 악플이 횡행해서다. 악플에서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댓글창을 닫아버렸다. 2.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댓글창이 학교에 있다. 바로 교원능력개발평가다. 교육과정도 모르고, 학생의 발달도 모르며, 교과 전문성도 없는 이들의 평가에 귀 기울이고 이를 근거로 교원능력개발을 하라는 것이 모순 아닌가? 전문가 집단의 컨설팅이 아닌 비 전문가의 추측과 일시적 관찰을 근거로 교원능력을 평가
1. 금요일 저녁. 멀리 경북에 계신 특수 선생님들을 뵈러 갔다. 많이들 힘들어 하신다며 위로와 응원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장학사님의 이야기에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내려가는 내내 고민했었다. 사실 통합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지만 결국 리질리언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2. 예정된 시간에 맞춰 도착했으나 특수교사와 교육부 연구사로 이루어진 목요커 공연이 조금 남아 있어 밖에서 기다렸다. 두 시간 넘게 운전하고 내려가다보니 허리도 불편하고 바깥 공기도 쐬고 싶었으니까. 문앞을 오가며 서성이는
1. 아이들은 피곤하다. 늦게 자니까. 새벽 1시, 2시는 커녕 3시 4시까지도 잠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으니까. 자지 않아도 말릴 사람이 없으니까. 카톡도 하고,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한다. 대화는 짧고, 게임은 길고, 영상은 반복되고.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상호작용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인지부하의 최소화가 이 모든 상호작용의 기본 전제인 셈이다. 2.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보며 대화하지 않는다. 이야기 해봐야 야단만 치고, 혼나기 일쑤니까. 공부해라, 책 읽어라, 일찍 자라, 골고루 먹어라, 씻
1. 일 년은 365일, 열 두 달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의 수업일수는 190일, 약 38주로 이루어져 있다. 가르쳐야 할 교과 내용과 성취기준은 정해져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도 학년, 학교급별로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정해져 있다. 그렇다. 가르쳐야 할 내용도, 가르칠 시간도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2. 해마다 교육관련 새로운 법과 조례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새로운 교육을 강제하고 새로운 지침을 따르도록 요구한다. 분모는 정해져 있는데 분자의 수는 날이면 날마다 커져만 간다. 교육이 받아야 할 의무 연수, 학교가 운영해야 할 각
미래를 대하는 사회에 대하여 1. 아이를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고 그 사회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 자신을 대하는 타인처럼 살아가려고 할테니까요. 어제는 오송에서 15학번, 16학번, 17학번, 18학번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과 아이스 브레이킹을 나누던 중 한 분에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왜 교사가 되었는지를요. 학창시절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신 선생님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 교사가 되셨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과연 우리 사회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1. 말을 험하게 하는 아이가 있다.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알고, 남을 일부러 괴롭히지는 않는 아이임에도 말을 함부로 한다. 아이는 고도비만이다. 시력이 나빠 앞에 앉지만 앞에 앉아도 칠판 글씨가 안 보일 때도 많다. 원격수업을 하며 아이 보호자가 아이에게 함부로 말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이의 말투는 자신을 대하는 보호자의 말투였던 것이다. 2. 아이의 험한 말투는 가까이 있는 한 남학생의 지적을 받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다. 고쳐질리가 없다. 지적은 지적만 가르칠 수 있으니까. - 야!